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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산젠아 무릎 꿇거라 (이하 산무꿇)

 

타오바오 Crena 문구점에서 성화(星火)지 노트를 샀어요

제가 산건 A5 슬림, 트래블러스 노트 오리지널 사이즈고

내지는 3.5mm 모눈에 총 432 페이지입니다

 

가격은 권당 55위안에 해배비가 두 권 사느라 좀 들었는데

그거 녹여서 계산해도 대략 1만 2천 원~1만 3천 원 정도입니다

토모에리버 A5 노트가 160 페이지에 12,800원인걸 생각하면...

 

저는 토모에리버 구형, 신형, 산젠을 모두 맛보았는데요

구형은 정말 다 쓴 윅스를 버리지도 못할 만큼 좋아했다면

신형은 없는 종이라 생각하고

산젠은... 대체제가 없어 여러모로 받아들인 상태였어요

 

얇고 비치는 종이를 좋아해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차 혜성처럼 등장한 50gsm 종이

 

 

정말 재밌는 종이였어요

만져지는 것과 달리 미끄덩~ 한 게 신기했고

잉크를 무서울 정도로 쪼옵 먹는데

배김이나 실번짐은 없었답니다

 

저게 없는 거라고? 싶으신가요

이제부터 산무꿇 시작됩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 종이는 아닌데요

 

흠...

 

흐음...

 

나란히 두고 보면 잘 느껴지지 않나요

비침과 배김은 다르다는 것이...

 

저는 산젠을 쓰고 난 후로 잉크 놀이(잉놀)를 잘 안 하게 됐는데

그 이유가 발색을 보는 걸 떠나서 너무 배겨요

 

왼쪽은 워터맨 미스테리어스 블루

오른쪽은 펜브스 4월의 다이아몬드입니다

 

저는 축축하고 진하고 흐름 좋은 블랙~블루

사이의 잉크를 좋아해서 색분리 잉크가 없다 보니

그나마 비교해 볼 만한 펜브스 잉크를 골라봤어요

 

이 사진에서 눈여겨볼 것은 먼저 발색한

성화지 미스테리어스 블루는 덜 마른 곳이 있다는 건데요

 

왜냐면 저래야 테가 뜨거든요

저는 산젠에서 미블 테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왜냐구요?

 

왜냐면...

 

이러니까 ^^

 

성화지 뒷면이랑 비교하면 확 느껴지죠?

잉놀하기에는 성화지가 압승 같아요

 

조명 아래서 보면 펜브스 잉크의

보라색~하늘색 색 차이도 꽤 보이고요

 

조명 아래서 다시 보면 더 체감되는 산무꿇

 

타오바오 직구 경험이 있다면 성화지를 추천합니다

저는 토모에리버 대체 종이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주문한 거라

미끄럽다든지 다소 부정적인 평을 남기기는 했지만

성화지 자체가 참 매력 있는 종이입니다!

만덕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종이거든요~

 

앙딱정

산젠은 저기 가서 무릎 꿇고 손들어

그리고 크레나 상점 듣고 있나요 못 듣겠지만

제발 미색 성화지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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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스페이스 M》

엄청 금방 읽었다. 자만추한 책이라 사전 정보가 없어서 그럭저럭 재밌게 봄. 그런데 그게 다라 살짝 아쉬웠다. 가볍게 읽기에는 좋은데 그만큼 설정도 약하고, 테제를 던져 놓고 주변을 서성거리기만 하다 끝난 느낌. 하지만 볼륨을 생각하면 담백 깔끔한 결말이라고는 생각함.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

유령 이야기라고 해서 본 건데 속았다. 읽다가 정신 혼미해져서 몇 번 덮음. 주인공이 엄청 억제된 무자각 통제 성향이라고 느껴졌다. 어머니가 되고 싶은 그런 것보다는 뭐랄까... 주인어른이 실제로는 부재한 이 저택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그런 디테일한 인물 백그라운드보다는 확증편향을 잘 활용한 복선 소설쯤으로 받아들이고 보는 게 더 낫지 않나? 워낙 모호한 문체에 1인칭 시점이라 흐름에 의식을 맡기고 봐야 돼. 그래야 결말을 봤을 때 홀린 듯한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음.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으면서 찔끔 울었다. 12월이 되고 읽었으면 후반부에 더 따스함을 느꼈을지도. 못 본 척 지나가도 되는, 혹은 그래야만 하는 일이라는 건 정말 있을까. 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싶고. 요즘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게 기본값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따뜻함을 향해 가면 좋겠다. 제목처럼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유로운 세상이 필요해.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았어야 했을 일은 지나갔"을 때의 상쾌함이 더 널리 퍼지기를. 옮긴이의 말처럼 다 읽고 첫 문단으로 돌아갔을 때 느낌이 참 묘하다. 여러 번 읽으며 내가 놓친 사소한 것들은 무엇인지 확인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하지만 지금의 감상은 지금의 감상대로 완벽해서 이 감동을 한동안은 누릴 듯.

 

이디스 워튼 《여름》

후반으로 갈수록 착잡해서 속에서 비명 지름. 중간에 뭐 찾아보느라 출판사 서평을 봐버렸는데 글쎄 '삼각관계'라고 쓰여있는 거야. '설마 로열-체리티-하니?' 했더니... 네 그거 맞았고요. 이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호러 소설이다. 이걸 로맨스로 팔다니. 성장 소설도 잘 안 와닿음. 하니는 책임감도 없고, 채리티를 떨떠름하게 만들던 '공정함'이 결국에는 이런 식으로. 로열이 그냥 늙남이기만 했어도, 아니 물론 이것도 싫은데 이 새끼는 그냥 늙남도 아니고 사실상 아버지에(우욱) 소유욕ㅋ에 눈이 멀어 채리티한테 갈보네 뭐네(뒤져라) 하던 미친놈이라 커버가 안 된다. 채리티가 브로치를 되찾는 장면이 아무래도 많이 언급되는데 그가 전략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저항하고, 선택하고... 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너무 슬펐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엔딩 이후에 아이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길 기도하는 것뿐이라는 게. 하지만 내용과 별개로 이디스 워튼이 계절의 심상을 가져와 배경을 밀도 있게 채우는 구성력만큼은 좋았다. 원문이 조금 더 간결한 느낌이었던 것도 흥미로웠음.

 

김보영 《미래로 가는 사람들》

단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하나(개인)가 전체, 전체가 곧 하나 테마를 우주적으로 덤덤히 풀어낸 작품이라 느껴졌다. 김보영 작품은 여명의 이미지가 강해서 건조하되 허무하지는 않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온기가 강점 같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작품 전체로 봤을 땐 여전히 《종의 기원담》이 더 흥미롭다.

 

희석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가이드북을 표방한 이 책은 사실상 여행자 당신께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애초에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사지 않을 듯. 대체 세상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분명 나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늘 미미하고 혐오만이 형형하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작가가 과장이 심하네;' 이러고 넘기고 싶다. 아냐 사실 그것도 싫고... 내 마음은 뭘까 엉엉엉.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두아 리파 노래 가사 생각 났음. If you're offended by this song You're clearly doing something wrong.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앞의 두 단편은 그저 그랬고, 〈칵테일, 러브, 좀비〉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재밌게 봤다. 그런데 딱히 작품간의 기복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엄마'라는 소재에 약하고, 타임 패러독스를 좋아해서인 듯. 그렇지 않아도 최근 '동생을 위해서라면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참이라 그런지 뭔가 더 몰입이 잘 된 것 같기도. 

 

한강 《희랍어 시간》

먹먹함이 이어지다가 〈9 어스름〉에서 엉엉 울었다. 앞서 말했듯 근래 동생에 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서 불가항력이었음. 정신차리니까 코 풀고 있었다고. 상황이 비슷해서 그랬을까... 내가 그 애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지 내가 듣고 싶은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지 슬펐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걸친 이런 분위기가 쉼 없이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들었다. 추천사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라는 말처럼 점과 점이 맞닿는 이야기라 더 좋았다.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

기억에 남는 작품은 네 편 정도 된다. 여러편 읽고 나니 느낀 건데 나는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인물이 대화로 서로를 이기려 하는 구도를 좋아하는 것 같다. 거기에 뭔가 인물이 광신도적인 면이 있으면 더.

〈땅 밑에〉

'땅을 내려다보며 기도를 드렸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소설일까? 아이디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도 굳이 고르자면 순환의 기점은 하늘보다는 땅이라고 생각해서. 땅에 끌리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하강자라는 직업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나락의 끝에 도달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어렴풋하게만 상황을 상상해 볼 뿐이라서 그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 부분 정확히 작가의 말에 언급되어 있어서 웃겼다.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주인공이 땅에서부터 솟아난 듯한 이미지를 주는 건 좋았음.

〈촉각의 경험〉

재밌다. 이거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캐릭터도, 소재도, 전개 방식도. 어렵지 않고 친숙한데 김보영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서 좋았다 (약간의 유머러스함까지도). 결말이 언뜻 그려진데다 실제로 그러했는데도 그 과정이 잘 설득돼서 '음 맞는 결말이군' 싶었달까.

〈다섯 번째 감각〉

왜 표제작인지 알 수 있었던 작품.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서 더 반전 있고 재미있었다. 라기엔 제목부터가 너무...지만.

〈스크립터〉

로봇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에 관한 논쟁은 정말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거다' 싶은 표현을 만나지도 못했다. 이 소설도 엇비슷한 주제로부터 시작되는데 배경이 게임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웹소설도 게임 배경이면 괜히 더 읽어보는 편이라. 중간에 '이런 흐름이라고?' 하고 살짝 재미가 반감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그 이후부터 대화가 몰아쳐서 좋았음. 작가의 말을 보니 원래는 대화로만 이루어진 형식으로 쓸 생각이셨다는데 그래서 그랬나. 저는 오히려 좋아요...

 

최승자 《쓸쓸해서 머나먼》

계절의 상징 같은 시인들이 있다. 이유를 물어도 '그냥... 그런 거야...' 정도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는 점까지 낭만적임. 눈이 와서, 다시 읽고 싶은 몇 편의 시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최승자 시집을 읽었다. 역시 좋구나~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 최고는 《이 時代의 사랑》이기는 해.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추천받고 읽은 책인데 스포 없이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캐릭터 배치, 전개방식, 사건 해결까지의 템포, 결말 등등 웹소설을 읽는 느낌이 강해서 순식간에 읽었다. 초반이 잘 안 읽히기는 했는데 한 중반쯤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싶고... 그나저나 내가 기승전 사랑(하지만 너무 성애적인 건 조금...) 선호 인간이라서 정여준의 마음을,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 테제를, 너무 납작하게 해석하는 걸까 봐 의식적으로 환기해 가면서 봤다가 결말 읽고 고함질렀다. 하 말이 안 된다고. 좋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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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_만년필을_소개합니다

그런데 이제 언제 라인업이 바뀔지 모르는

 

현재 저는 총 네 자루의 만년필을 임보 중입니다

임보인 이유는 워낙 자주 샀다가 팔았다 해서인데요...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펜은

 

- 세일러 프로기어 슬림 f

- 파이롯트 팔콘(에라보) sf

- 워터맨 까렌 f

- 플래티넘 프레피 f

 

이렇게 되겠습니다

프레피 사진이 없는 이유는... 프레피라서

 

세일러 프로기어 슬림 f

 

이 펜은 선물 받은 소중한 펜이에요

다른 펜보다 몇 배는 신경써서 가지고 다녔더니

온갖 펜들을 펜팔펜사 하고, 잃어버리고(ㅠㅠ) 하는 동안

이 친구만 굳건히 남게 되었답니다

 

잠깐이지만 만년필이 이거 딱 한 자루 뿐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덕에 북미/유럽 M닙은 되어야 만족하던 태필러였는데

이제는 세미 세필러 정도는 된 것 같아요

 

이 친구도 처음에는 몹시 바늘이었는데 꾸준히 써줬더니

나름대로 부드러운 f닙이 됐어요

그래도 여전히 서걱서걱합니다

 

그립부가 이상해 보이는 건...

알콜 스왑으로 닦았더니 칠이 벗겨져서랍니다

여러분은 펜 소독 같은 건 하려고 하지 마세요

만년 쓰는 펜... 만년 치 찝찝함을 견뎌라 (아님)

 

아니 그런데 흰색 만년필은 나사산 부분에 꼭 잉크가 묻더라구요

저는 여기를 주기적으로 알콜 스왑으로 닦아왔거든요

그래서 오만군데 다 닦아도 괜찮은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된대요...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두 번 말하는 거 맞아요

 

파이롯트 팔콘(에라보) sf

 

파이롯트는 왜 북미랑 국내랑 출시 이름이 다를까요?

 

저는 일제 3사 중에서 파이롯트를 가장 좋아해요

특유의 그 쫀득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그중 캡리스 9세대 f닙을 졸업기로 생각했을 만큼

이미 취향 탐색도 완료된 상태였는데 말이죠...

 

다음 펜으로는 헤리티지다! 해놓고 팔콘을 삽니다

펜 사는 계획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중고 펜은 내 사정을 봐가며 올라오지 않으니까...

 

특히 여기는 국내랑 중고 펜 거래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컨디션에 관대한 대신 감가가 심해요 (현행 한정)

그래서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이 친구를

'좋아하는 브랜드 만년필 찍먹은 다 해본다!'는 마음으로 모십니다

 

연성 닙이긴 한데 그냥 탄성이 있다~ 이 정도?

그래도 확실히 처음 느껴보는 필기감이었어요

어떻게 펜이 '뵤잉뵤잉' 표현 그대로 써지지

 

제가 그래도 필압이 영 없는 편은 아니라 그런지

세로획 굵기 변화가 나름대로 있는 편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세일러 프기슬 f보다 닿는 느낌은 훨씬 날카롭고

이거야 말로 바늘이다 싶은데 막상 결과물을 보면

세일러보다 굵고 또 흐름이나 이런 것도 (당연히) 풍부하더라고요

 

아무튼 개성이 강한 친구라 들고 다니면서 쓰지는 않고요

필압 빼는 연습 겸 필사할 때 자주 쓰려고 하고 있어요

 

워터맨 까렌 f

 

저는 워터맨의 심볼은 찰스톤이라 생각해요

필기감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워터맨의 강점이 아무래도 단단한 닙이라

이 경성의 맛 TV를 제대로 느끼려면

펜을 가까이 잡고 짱짱한 닙을 체험해 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가분수 스타일의 찰스톤이 균형 있게 느껴져요

 

하지만 단종이 되어버린 그 녀석...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중고 매물이 없는 그 녀석...

 

언젠가 운명처럼 만나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 워터맨이 미국에서는 국내 가격이랑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저렴해서 안 써보기도 그렇더라고요 ㅎ

 

그리하여 배럴이 너무 얇아서 패스였던 뉴헤미스피어,

써봤는데 역시 금 닙은 가야겠다 싶었던 엑스퍼트 3

를 거쳐 기어코 까렌까지 와버렸습니다

 

까렌은 정말 아름다운 펜이에요

인셋닙 모양 호불호가 꽤 있던데 저는 좋아요

돌고래 같다고 많이들 표현하던데 정말 딱임!

 

처음에는 당황했던 게 원래 쥐던 위치에서 펜을 쥐면

닙 모양 때문에 엄지에 계속 잉크가 묻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카이지 우는 짤처럼 울다가

체념하고 하루라도 빨리 펜에 저를 맞추기로 합니다

통필사를 정말 열심히 한 덕에 얼추 편한 자세를 찾았어요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성공 펜 생활~

가져다 대기만 해도 잉크가 이렇게 콸콸 나온다니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 올린 느낌인데 단단한 닙의 사각거림도 있는?

이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면도 흥미롭고 좋아요

 

요즘 최애 팬이랍니다

무게가 있어 오래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

 

 

다음 내만소 때는 또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갈까요...

높은 확률로 커스텀 헤리티지 912를 사지 않을까 싶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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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슬림 노트라는 건 왜 없을까요

물론 있을 수도... 그렇다면 정정...

토모에 리버 종이로 된 A6 슬림 노트는 왜 없을까요

그래서 만들기 시작합니다

 

저는 길쭉하고 작은 노트를 좋아하는데요

북바인딩을 할 줄 모르던 시절에는

그냥 기성 노트를 이렇게 잘라서 썼어요

그리고 저 노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직접 만들게 됐네요...

 

처음 만들어 본 무지 노트

제법 그럴듯하지 않나요?

뒷면 사진은 없답니다 봐서 좋을 게 없어요

 

애착 노트랑 사이즈를 비교해 보면 이렇습니다

표지 재단을 넉넉하게 했더니 차이가 큰데

내지는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아요

 

토모에 리버 종이를 고수하는 이유: 비침

그런데 산젠 토모에 리버 요즘 QC 보면

이젠 정말 고수할 필요까지는 없을지도요

노트 내용은 어슐러 K. 르 귄의 《어둠의 왼손》 입니다.

 

바느질 조금 할 줄 알게 됐다고

바로 두꺼운 노트 만들기 도전

이건 HP 90/gsm 일반 복사지입니다

연습해서 링크 스티치 일짱이 되어야지

 

하지만 그런 건 없고요...

연습 한 번 하고 바로 실전~

지금 보니까 구멍 간격도 엄청 가지런하지 않고

노트를 쓰면서 알게 된 건데 위아래 뒤집어 둔 페이지도 있고

그래서 허술한 게 보이지만 무척 뿌듯했어요

 

결과물은 그냥 딱 처음 해본 사람 작품 같았어요 ㅋㅋ

실이 진짜 너무 길어서 혼란했음

실 당기는 힘도 오락가락이었고 전혀 정렬되지 않은 모습

 

그렇지만 볼 때마다 뿌듯하긴 해요

이 노트는 현재 김초엽 작가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통필사에 사용하고 있어요

 

중철 노트들 라벨링 해준 거

이중에서는 100x165 사이즈 노트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B6 슬림(105x175)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내지는 3mm 도트로 통일입니다

글씨가 가지런하지 않다 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줄지와 모눈이 부담스럽더라고요

무지 노트는... 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어요

 

근래는 이런 식으로 표지를 만들어 바인딩하는 것에 빠져있어요

일반 복사지에 그림을 인쇄하고 그 뒤에 빳빳한 종이를 풀칠해 주면 됩니다

위에서 쓴 갈색 종이가 아무거나 산거라 색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렇게 하면 있잘쓰도 문제없어요

참고로 그림은 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책 등도 제법 나란해짐

 

가장 최근에 만든 노트

언젠가 정리해서 올리긴 하겠지만,

지금 트래블러스 노트 커버를 쓰고 있어서요

A6 슬림을 외치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A5 슬림 사이즈에 가까운 노트를 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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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소재, 투명 뚜껑, 최대 6구를 넘지 않는 만년필 케이스

...를 찾지 못해서 타오바오에서 반지 보관함을 샀어요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퀄리티

제일 어두운 색으로 보내달라고 요청사항을 적었는데,

들어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밑판에는 스웨이드를 붙여둬서 덜 밀리고 덜 소리 나서 좋은 듯 안 좋은 듯

 

왼쪽부터 순서대로 워터맨 까렌, 파이롯트 팔콘, 세일러 프로기어슬림

소~중형기면 네 자루까지는 예쁘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홈 사이에 덜렁 얹어두는 거라서

배럴이 두꺼운 대형기는 안정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요

듀오폴드라든지, M800 라인 이상이라든지...

 

번외로 다른 타오바오 상점에서 구매한 3구 트레이

파이롯트 팔콘 올려두면 이런 느낌이에요 무난무난

 

사실 보관함 내부를 개조하려고 산 건데

내부 사이즈를 생각 못하고 주문해서 실패...

그런데 아마 색 차이도 많이 나서 거슬려했을 것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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